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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밥상 다시 태어나다

“강원도 평창의 ‘더덕 숯불양념구이’ – 1970년대 산간 마을 조리법 복원기”

by 밥상 기록가 꿈딱지 2025. 5. 25.

 

강원도 평창 산골 마을에서 복원한 1970년대 전통 더덕 숯불양념구이 조리법. 자연과 손맛이 담긴 진짜 향토 밥상을 만나보세요.

식당에서 흔히 먹는 ‘더덕구이’는 고추장 소스를 바르고 전기팬에 구운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강원도 평창 산간 마을에선 달랐다. 숯불을 지피고, 직접 캔 산더덕에 손으로 양념을 바르던 방식. 이 글은 사라져 가던 그 조리법을 복원한 체험의 기록이자, 자연과 손맛이 담긴 옛 밥상을 다시 꺼내는 이야기이다.

 

✅ 서론 

더덕은 흔히 ‘밭에서 재배되는 뿌리채소’로 인식되지만, 본래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채취하던 ‘야생 약초’였다. 강원도 평창의 산간 마을에서는 봄과 초여름이면 더덕을 캐어 양념장에 무쳐 숯불에 구워 먹는 전통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지금은 재배 더덕과 간편 양념이 대중화되며, 원형 조리법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번 글은 평창 산간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1970년대 조리 방식을 체험하고 복원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향토 음식의 본래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1970년대 강원도 평창 산간 마을에서 복원된 더덕 숯불양념구이 조리 장면

 

📚 목차

  1. 더덕 숯불양념구이란?
  2. 평창 산더덕과 전통 식문화
  3. 1970년대 조리법 복원 과정
  4. 전통 방식 vs 현대 방식 비교표
  5. 직접 체험기: 숯불 앞, 손끝의 기억
  6. 현지 어르신의 이야기
  7. 복원 음식으로서의 가치
  8. 음식 문화 보존의 필요성
  9. 결론: 더덕 한 뿌리에 담긴 시간
  10. 📋 전체 요약표
  11. 💬 독자 참여 멘트

 

✅ 본론 

1. 더덕 숯불양념구이란?

‘더덕 숯불양념구이’는 채취한 산더덕을 손질한 뒤, 마늘·된장·참기름·들깻가루 등을 섞은 전통 양념에 무쳐 숯불에 구워내는 강원도 향토요리다.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 양념과 숯불의 불향, 더덕의 쌉쌀하고 고소한 맛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식감은 아삭하고, 뿌리의 깊은 향이 밥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2. 평창 산더덕과 전통 식문화

강원도 평창은 고도가 높고 토양이 비옥해 야생 더덕이 자생하기 좋은 환경이다. 특히 용평면·대관령면 일대는 1960~70년대까지 봄철이면 가족 단위로 산에 올라 산더덕을 채취하는 문화가 있었다.
더덕은 단순 식재료가 아닌 ‘보양식’이자 선물용 약초로 여겨졌으며, 조리 전 손질법과 양념법 또한 집안마다 조금씩 달랐다. 어르신들은 “더덕은 뿌리가 아니라 몸을 다루듯 다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3. 1970년대 조리법 복원 과정

🔸 1단계: 더덕 껍질 벗기기 – 칼 대신 손톱으로

당시에는 칼을 사용하지 않고 손톱이나 나무 숟가락 뒷면으로 더덕 껍질을 벗겼다. 이는 향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들은 “칼을 대면 더덕이 숨이 죽는다”라고 했다.

 

🔸 2단계: 손등으로 더덕 펴기 – 맛을 배게 만드는 기술

껍질을 벗긴 더덕은 망치가 아닌 손등으로 살살 두드려 펴야 했다. 그래야 안쪽까지 양념이 골고루 스며들고, 섬유질도 부드러워졌다.

 

🔸 3단계: 전통 양념장 만들기 – 손이 간을 기억한다

된장, 참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 등은 정량 없이 손맛으로 배합했다. 된장은 최소 1년 이상 숙성된 것을 사용했으며, 손바닥으로 비벼 온도를 맞췄다.

 

🔸 4단계: 숯불 굽기 – 바람과 불꽃을 읽는 감각

숯불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온도가 달라졌다. 연기의 색을 보고 더덕의 위치를 바꾸고, 불이 살아있을 때만 뒤집는 ‘감각’이 전통 방식의 핵심이었다.

 

4. 전통 방식 vs 현대 방식 비교표

항목 전통 방식 현대 방식
재료 야생 산더덕 재배 더덕 (유통용)
양념 된장+마늘+참기름+들깨 고추장 양념장
조리 손으로 양념 → 숯불 직화 붓 바름 → 전기 팬 구이
의미 가족 참여, 계절음식 메뉴화된 외식 요리

 

5. 직접 체험기: 숯불 앞, 손끝의 기억

🌄 아침 산행부터 시작된 더덕 복원기

평창군 미탄면의 한 산골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해발 700m의 구릉지로 향했다. 그곳엔 이미 노란 봉지를 쓴 어르신 몇 분이 더덕을 캐고 계셨다.
“이건 뿌리가 아니라, 산이 준 약이여. 칼로 깎지 말고, 손톱으로 벗겨야 해.”
뿌리 하나하나에 붙은 흙을 털어내는 그 손길이 인상적이었다.

 

🔥 숯불 앞에서 느낀 온도와 시간

더덕을 다듬고 양념을 만드는 공간은 마당 끝 장작불 앞이었다.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장작을 피우고, 불이 잦아들 즈음 숯을 얹었다.
더덕을 그 위에 올리며, “불이 너무 세면 더덕이 울고, 약하면 향이 날아가”라며 숯불의 온도를 손으로 느끼셨다.
양념장은 손으로 문질러 바르고, 더덕을 조심스럽게 뒤집었다. 양념이 눌어붙지 않게 타이밍을 보는 그 감각은 시간의 지혜였다.

 

🍽 한 입의 감동, 밥 한 숟갈과의 만남

직접 구운 더덕을 잘라 밥 위에 얹었다.
쌉쌀한 향과 은은한 단맛, 그 위에 숯불 향이 더해져, 씹을수록 고소함이 깊어졌다.
이건 음식이 아니라, ‘한 끼에 담긴 기억’이었다.

 

6. 현지 어르신의 이야기 

🧓 김복임 할머니 (81세, 미탄면) – “더덕은 사람처럼 다뤄야 해”

“더덕은 칼로 벗기면 상처가 나. 그럼 쓴맛이 더해져서 밥맛을 잡아먹지.
손톱으로 천천히 돌려가며 벗겨야 돼. 그렇게 까면, 더덕이 자기 향을 내준다니까.”
할머니는 더덕을 손바닥에 놓고 양옆을 문질러 가며 벗기는 동작을 보여줬다.
“이거 봐. 손으로 하면 안 찢기고 매끈하잖아. 그게 향이 사는 거야.”

 

🧓 박도순 할머니 (75세, 봉평면) – “손이 온도야, 계량컵은 몰라”

“요즘 사람들은 된장을 재야 맛이 맞는다지만, 우린 안 그래. 된장은 그날 손 온도에 따라, 마늘은 냄새로 간을 봐.
참기름도 숟가락 대신 **손바닥으로 문지르면 냄새가 올라오지.”
실제로 그녀는 된장 한 조각을 손에 올려놓고, 마치 반죽하듯 주물렀다.
“손이 따뜻하면 양념도 살아나. 손이 맛을 기억하는 거지.”

 

🧓 최종호 어르신 (78세, 대관령면) – “불맛이 아니라 기억이 붙는 음식”

“더덕구이는 고기처럼 기름이 많지 않아. 그래서 불 조절이 생명이야.
나무불은 바람이 세면 타버리고, 약하면 익질 않아. 불을 보지 말고, 연기를 보라는 게 옛 어르신 말이었어.”
그는 더덕을 뒤집으면서 “이 냄새는, 어릴 때 엄마가 구워주던 냄새랑 똑같네” 하며 웃었다.

 

7. 복원 음식으로서의 가치

‘더덕 숯불양념구이’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산의 계절성과 가족의 노동이 결합된 문화 기록이다.
『강원도 향토음식조사보고서(2015)』에 따르면, 이 방식은 “평창·정선 일대에서 수행자, 여성 공동체, 고산 농가에 걸쳐 사용된 식물 단백질 활용법”으로 평가된다.

또한 손으로 양념을 무치고, 숯불에서 굽는 과정은 슬로푸드 교육 콘텐츠로도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8. 음식 문화 보존의 필요성

오늘날 더덕은 양념에 재워져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반조리 식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향토 음식은 단지 ‘맛’이 아니라 ‘방식과 태도’**다.

이 조리법을 보존하려면 다음이 필요하다:

  • 지역 축제 내 더덕 양념·숯불 체험 부스 운영
  • 산나물 학교 연계 전통 요리 수업
  • 마을 어르신 레시피를 기록한 향토 다큐멘터리 제작
  • 슬로푸드 인증 식당과 연계한 복원 메뉴 개발

 

✅ 결론: 더덕 한 뿌리에 담긴 시간

강원도 평창의 더덕 숯불양념구이는 단순히 구워 먹는 뿌리채소가 아니다.
그 속에는 계절을 살피는 감각, 손끝으로 전해지는 전통, 불을 읽는 지혜가 함께 녹아 있다.
우리는 더덕 한 뿌리를 통해, 잊고 있던 ‘함께 밥상을 차리던 시절’의 기억을 다시 만났다.

음식은 기록이다.
그리고 더덕은 그 기록의 뿌리였다.

 

📋 전체 요약표

항목 내용
음식명 더덕 숯불양념구이
지역 강원도 평창
핵심 재료 산더덕, 된장, 마늘, 들기름
조리 방식 손 양념 + 숯불 구이
문화 의미 봄철 산채 밥상, 가족 채취 공동체 음식
현대 활용 슬로푸드 교육, 향토 체험, 레시피 보존 콘텐츠

 

💬 독자 참여 멘트

혹시 여러분 고향에도 산에서 채취한 뿌리채소를 구워 먹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더덕, 도라지, 칡 등 자연이 준 재료로 만든 밥상 이야기를 댓글로 나눠주세요.
📩 다음 복원기에서는 여러분의 추억을 함께 소개할 수도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