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서는 추어탕을 끓이기 전, 먼저 미꾸라지를 만진다. 솥에 물을 올리기 전, 고추장보다 땀과 기억이 먼저 들어간다. 이 글은, 잊힌 ‘원형 조리법’을 되살리는 이야기다.
✅ 서론
전북 남원은 미꾸라지와 국물 문화가 깊은 뿌리를 내린 고장이다. 지금은 식당에서 흔히 먹는 메뉴가 되었지만, 과거 남원 마을에서는 미꾸라지를 직접 잡아 손으로 다듬고, 가마솥에 오래 끓여낸 ‘원형 추어탕’ 방식이 존재했다. 이번 글은 남원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그 조리법을 복원하고, 식재료를 다루는 손의 기억, 국물 안에 녹아 있는 생활의 문화를 기록한 복원 체험기다.
📚 목차
- 추어탕이란?
- 전북 남원과 미꾸라지 문화
- 1970년대 전통 조리법 복원 과정
- 전통 방식 vs 현대 방식 비교
- 직접 체험기: 솥 앞의 땀, 국물 속의 기억
- 현지 어르신의 이야기
- 복원 음식으로서의 가치
- 음식 문화 보존의 중요성
- 결론: 한 국자에 담긴 기억
- 📋 전체 요약표
- 💬 독자 참여 멘트
✅ 본론
1. 추어탕이란?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각종 채소와 양념을 넣고 푹 끓여낸 전통 국물요리다.
예로부터 가을철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원에서는 미꾸라지를 통째로 삶아 손질하고, 된장·청양초·들깨로 맛을 낸 ‘맑은 추어탕’ 방식이 전해졌다.
2. 전북 남원과 미꾸라지 문화
남원 지역은 예부터 섬진강 지류가 흐르고, 논이 많아 미꾸라지가 풍부했다.
**『남원시 향토음식조사서(2009)』**에 따르면, 남원의 전통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삶은 후 뼈를 발라내고 다시 끓이는 ‘이중 끓이기 방식’이 특징이다.
어르신들은 “가장 먼저 국물을 맑게 내고, 미꾸라지는 뒤에 넣는다”라고 입을 모았다.
3. 1970년대 전통 조리법 복원 과정
🔸 1단계: 미꾸라지 손질
살아 있는 미꾸라지를 소금에 담가 해감시키고, 손으로 쥐고 비벼가며 점액질을 제거한다.
🔸 2단계: 첫 끓임 - 잡내 제거
미꾸라지를 끓는 물에 잠깐 데쳐 잡내를 제거하고, 뼈와 내장을 조심스럽게 발라낸다.
🔸 3단계: 된장 육수 + 들깨풀
된장을 푼 육수를 따로 끓이고, 거기엔 들깻가루를 넣어 고소함을 더한다.
🔸 4단계: 국물에 미꾸라지 다시 넣기
미꾸라지를 다시 넣고 중불로 30분 이상 더 끓이며 재료 맛을 우린다.
이때 마늘, 파, 청양고추, 약간의 생강즙이 들어간다.
4. 전통 방식 vs 현대 방식 비교표
항목 | 전통 방식 | 현대 방식 |
미꾸라지 손질 | 해감 후 손세척 | 냉동 미꾸라지 사용 |
국물 베이스 | 된장+들깨 중심 | 고추장 or 육수 큐브 |
조리 도구 | 가마솥+장작불 | 가스레인지+냄비 |
국물 특징 | 맑고 고소함 | 진하고 자극적 |
의미 | 계절 밥상, 가족 중심 | 외식 메뉴화 |
5. 직접 체험기: 솥 앞의 땀, 국물 속의 기억
🌄 새벽 미꾸라지 시장에서 시작
남원 교룡산 인근 장터에서 어르신과 함께 미꾸라지를 샀다. 고무대야에 담긴 미꾸라지가 팔딱였다.
“이건 살아 있어야 국물이 살아. 얼려선 안 돼.” 어르신의 한마디가 귀에 남았다.
🍲 손으로 비빈 미꾸라지
마당에 모인 참여자들이 미꾸라지를 손에 쥐고 소금을 뿌려 비볐다.
거품이 일고, 미꾸라지는 반쯤 누워 숨을 죽였다.
어르신은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한데, 다들 안 하려 하더라”며 웃었다.
🔥 가마솥 앞에서
된장을 풀어 끓이는 냄비에서 구수한 향이 퍼졌다.
들깨가루를 넣자 국물이 걸쭉해졌고, 손으로 발라낸 미꾸라지가 다시 국물 속으로 들어갔다.
연기와 땀, 그리고 고소한 냄새가 골목까지 퍼졌다.
6. 현지 어르신의 이야기
🧓 “추어탕은 손으로 해야 살아” – 김춘자 할머니 (78세, 남원 인월면)
“살아 있는 미꾸라지 만져봤어요? 그걸 손으로 비벼야 고기 맛이 나.
손이 따뜻해야 뼈도 잘 빠지고, 비린내도 안 나요.”
🧓 “된장이 국물 맛 다 잡아줘” – 이경식 어르신 (81세, 남원시 주천면)
“된장을 꼭 오래 묵힌 걸 써야 해요. 그래야 국물에 들깨가 녹아도 맛이 어우러져.
요즘은 고추장 맛만 강해서 추어탕 같지 않더라니까.”
7. 복원 음식으로서의 가치
‘남원 전통 추어탕’은 단순한 보양식이 아니라,
✅ 마을 공동체 요리 방식
✅ 손으로 재료를 다뤘던 기억의 방식
✅ 된장·들깨 등 지역 발효식품 활용의 좋은 예로 평가된다.
남원시는 최근 이를 전통 슬로푸드 체험 콘텐츠로 개발 중이며,
『전라북도 향토음식 아카이브(2011)』에는 남원 추어탕 복원 조리 과정이 문화재 기록화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8. 음식 문화 보존의 중요성
지금은 추어탕을 어디서든 먹을 수 있지만,
그 속에 손으로 뼈를 발라내던 시간, 된장 향이 밥상 위로 피어나던 풍경은 사라지고 있다.
지역 문화는 기록될 때 비로소 살아남는다.
학교 수업·로컬푸드 축제·전통시장 체험 공간에서 이런 음식은 ‘살아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 결론: 한 국자에 담긴 기억
남원의 추어탕은 단지 ‘몸에 좋은 음식’이 아니다.
그 안엔 손의 기억, 땀의 시간, 마을의 이야기, 그리고 계절이 담겨 있다.
지금 한 국자 떠 올려도, 그 맛은 단순한 국물이 아니다.
음식은 기억이고, 기억은 문화를 잇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맛을 다시 꺼내야 한다.
📋 전체 요약표
항목 | 내용 |
음식명 | 남원 추어탕 |
지역 | 전라북도 남원 |
재료 | 미꾸라지, 된장, 들깻가루, 채소 |
조리 방식 | 손질 → 두 번 끓이기 |
문화 의미 | 지역 발효식품 + 공동체 조리 |
활용 방안 | 슬로푸드 체험, 교육 콘텐츠 |
💬 독자 참여 멘트
여러분 고향에도 손으로 뼈를 발라 국을 끓이던 음식이 있었나요?
추어탕에 얽힌 가족의 기억, 할머니 손맛, 군대 추억이라도 좋습니다.
📩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다음 전통 복원기에서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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