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떡은 시장에서 사 먹는 간식이고, 어떤 떡은 기억 속에만 남은 의례였다.
전라북도 고창에서는 한때 복분자즙을 섞어 만든 제례 떡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희미하다.
이번 글은 그 사라진 ‘복분자떡’을 고창 어르신들과 함께 복원한 이야기다.
떡 한 조각에 담긴 시간과 제례, 그리고 향토의 지혜를 다시 꺼내 본다.
✅ 서론
복분자는 흔히 술, 음료, 잼의 재료로만 알려져 있지만, 전북 고창에서는 제사상에 올리는 떡의 재료이기도 했다.
‘복분자떡’은 과거 양반가의 제례 음식 중 하나였으며, 붉은색을 띤 떡은 잡귀를 막고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떡집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떡은 어느새 기억 속으로 사라졌고,
이번 글은 그 복원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전통의 단서를 되짚고자 한다.
📚 목차
- 복분자떡이란?
- 고창과 복분자의 관계
- 사라진 제례 떡의 전통과 상징
- 전통 방식 vs 현대 방식 비교
- 직접 체험기: 손끝에 남은 붉은 쌀가루
- 현지 어르신의 이야기
- 복원 음식으로서의 가치
- 음식 문화 보존의 중요성
- 결론: 떡 한 조각에 담긴 제례와 공동체
- 📋 전체 요약표
- 💬 독자 참여 멘트
✅ 본론
1. 복분자떡이란?
복분자떡은 찹쌀가루에 복분자즙을 넣어 반죽한 후 시루에 쪄내는 전통 떡이다.
색감은 보랏빛~붉은빛을 띠며, 단맛보다는 은은한 산미와 곡물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고창에서는 이를 제사나 축문 행사에서 **붉은팥 대신 사용하는 ‘길상 떡’**으로 간주했고, 복분자의 번식력 때문에 자손 번창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2. 고창과 복분자의 관계
전북 고창은 국내 복분자 생산량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산지이다.
『고창군 향토자원조사 보고서(2016)』에 따르면, 조선 후기에 고창 일대에서는 복분자를 약재이자 의례용 재료로 사용했으며,
그중 일부 양반가에서는 복분자즙을 찹쌀에 혼합해 떡으로 만드는 사례가 발견된다.
“붉은 떡은 귀신이 먹지 못하고, 살아있는 사람의 몫이다”라는 전통 믿음도 함께 전해진다.
3. 사라진 제례 떡의 전통과 상징
고창군 흥덕면과 공음면 일대에서는 1960년대까지도 **“한 해 제사 떡은 복분자떡으로 시작한다”**는 관습이 있었다.
이유는 복분자의 붉은 기운이 잡귀를 막고 복을 부른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제사 간소화와 함께 일반 백설기나 송편에 밀리면서 그 전통은 거의 사라졌다.
4. 전통 방식 vs 현대 방식 비교표
항목 | 전통 방식 | 현대 방식 |
주재료 | 직접 채취한 복분자, 전통찹쌀 | 복분자 농축액, 시판 쌀가루 |
착즙 방식 | 절구+면보 수작업 | 믹서기 또는 착즙기 |
색감 조절 | 복분자 원액만 사용 | 식용색소 또는 색소가공 |
찜 도구 | 시루, 대나무 찜기 | 전기찜기, 에어프라이어 |
의미 | 제례 음식, 자손 번영 기원 | 디저트 또는 시장 떡화 |
5. 직접 체험기: 손끝에 남은 붉은 쌀가루
🍇 복분자 착즙 – 손으로 짜야 색과 향이 산다
고창 고수면 체험마을. 복분자는 깨끗이 씻은 뒤, 면포에 담아 절구공이나 맷돌 아래 눌러 즙을 짰다.
믹서기를 사용하면 쉽게 할 수 있지만, 씨앗이 깨지면 떫은맛이 나오기 때문에 절대 권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 집에서는 면포(또는 면행주)에 복분자를 넣고 손으로 꼭 짜면, 맑은 붉은 즙을 얻을 수 있다.
🌾 쌀가루 반죽 – “색이 아니라 질감이 중요해요”
맷돌에 간 찹쌀가루에 복분자즙을 조금씩 넣어가며 주물러 익반죽을 한다.
이때 중요한 건 반죽이 너무 질척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
손으로 쥐었을 때 모양이 유지되되 끈적이지 않는 정도가 가장 적당했다.
👉 시판 찹쌀가루를 사용할 경우, 체에 한 번 걸러야 입자가 고르게 섞인다.
🍚 찜기 세팅 – “색이 살아나려면 한 김 뺀 뒤 찌세요”
전통 시루 대신, 찜솥이나 전기찜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건 수분 조절이다.
- 물이 끓기 시작한 후 한 김을 뺀 상태에서 시루를 올리면 색이 탁하지 않고 선명해진다.
- 찜 시간은 중불로 20분 내외. 찔수록 복분자의 색이 농축되어 어두워지니, 과한 찜은 피한다.
👉 뚜껑에 수건을 감싸 결로(물방울)가 떡 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 더욱 좋다.
✅ 요약표
단계 | 실질 정보 | 집에서도 가능한 팁 |
복분자 착즙 | 씨 깨지지 않게 면포로 짜기 | 믹서기 사용 NO / 손압 착즙 권장 |
쌀가루 준비 | 맷돌 or 체친 찹쌀가루 사용 | 시판 찹쌀가루 + 체 사용 |
반죽 | 익반죽 / 너무 묽지 않게 | 복분자즙은 한 번에 붓지 말고 나눠 사용 |
찜기 세팅 | 끓기 전 한김 빼고 찜 시작 | 전기찜기 사용 시 타이머 설정 20분 |
찜 완료 후 | 자연식힘 후 절단 | 수건으로 뚜껑 감싸 수분 방지 |
실제로 집에서도 복분자떡을 복원해보고 싶은 분들은 위의 방식대로 따라 하면
고창 전통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빠른 조리보다, 재료와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걸 복분자 한 방울이 알려줬다.
6. 현지 어르신의 이야기
🧓 “복분자떡은 한 집안의 출발이었어요” – 김말순 할머니 (84세, 고창 공음면)
“우리는 정월 제사 때 복분자떡을 올렸어요. 아들이 집을 나갈 때도 싸줬고요.
그 색이 마치 붉은 해 같아서 기운이 넘친다고 믿었죠.”
🧓 “팥 대신 복분자였지요” – 박도열 어르신 (78세, 고창 흥덕면)
“팥은 흔했고, 복분자는 귀했어요. 제삿날 복분자떡을 올린 집은 좀 잘 사는 집이었어요.
그 붉은 떡은 귀신도 피해 간다고 해서 일부러 맨 가운데에 놓았죠.”
🧓 “복분자 즙은 직접 짜야 제맛” – 조경애 할머니 (76세, 고수면)
“요즘은 다 믹서기 쓰는데, 우리는 절구에 넣고 찧었어요.
씹을수록 그 알갱이에서 단물이 나왔고, 떡에 섞으면 향도 더 오래갔죠.”
7. 복원 음식으로서의 가치
‘복분자떡’은 단순한 전통 떡이 아니라, 제례와 공동체, 그리고 색의 상징성까지 지닌 복합적인 문화 자산이다.
**『전라북도 향토음식 조사자료집(2015)』**에서는 이를 “제례의 미학과 미각이 결합된 고창 특수 떡 문화”로 평가하고 있다.
복분자 자체가 한국 고유의 식재료이므로 이를 활용한 떡 문화는 슬로푸드, 로컬푸드 콘텐츠로도 전환 가능성이 높다.
8. 음식 문화 보존의 중요성
현재 복분자떡을 만드는 집은 고창에서도 거의 전무하다.
전통 떡집에서도 복분자 색은 대부분 색소 또는 농축액에 의존한다.
이 떡의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 지역 축제에서 ‘복분자떡 만들기 체험’ 부스 운영
- 마을 어르신 레시피를 정리한 전통 떡 교안 제작
- 학교 연계 전통음식 수업을 통해 체험교육 확산
이런 노력이 없다면, ‘복분자떡’은 문화 기록 속 단어로만 남게 될 것이다.
✅ 결론: 떡 한 조각에 담긴 제례와 공동체
고창의 복분자떡은 단지 맛있는 떡이 아니었다.
그 붉은빛에는 가족의 건강을 비는 마음, 제사를 차리는 손길, 공동체의 정서가 함께 담겨 있었다.
이제는 그 떡을 다시 만들고, 다시 나누어야 할 때다.
기억은 기록되고, 기록은 전승될 때 비로소 문화가 된다.
📋 전체 요약표
항목 | 내용 |
음식명 | 복분자떡 |
지역 | 전라북도 고창 |
재료 | 찹쌀, 복분자즙 |
조리법 | 익반죽 후 시루찜 |
문화적 의미 | 제례 떡, 붉은색 상징 |
현대 활용 | 슬로푸드, 지역 체험 콘텐츠 |
💬 독자 참여 멘트
혹시 여러분 고향에도 특별한 색을 입힌 떡이나 의례 떡 문화가 있었나요?
복분자떡처럼 사라졌지만 기억에 남은 음식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 다음 복원기에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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