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밥상에서 전을 다시 만났다. 고기전도 해물전도 아닌, 바로 채소전.
신라 왕실의 식탁에 오르던 ‘채소전’은 단순한 부침이 아니라, 자연을 공경하고 계절을 담아내던 반찬 문화였다.
이번 글은 경북 경주에서 사라진 ‘궁중 채소전’을 1970년대 조리방식으로 복원하며, 잊힌 반찬 한 조각에 담긴 기억과 문화를 다시 살펴본 기록이다.
✅ 서론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이자, 한국 궁중문화의 중요한 뿌리를 지닌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궁중 밥상’은 단지 맛을 위한 상차림이 아니라, 예(禮)와 격식,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담긴 문화였다.
채소를 부쳐낸 작은 전 한 장에도 계절을 담고, 건강을 염두에 두며, 조화로운 맛을 추구한 지혜가 숨어 있었다.
최근 경주 외곽의 한 마을에서, 1970년대까지 이어지던 채소전 조리법을 복원하는 체험이 진행됐다.
이 글은 그 과정을 담은 문화 복원 기록이자, 신라 궁중 반찬문화의 한 조각을 되살리는 여정이다.
📚 목차
- 채소전이란 무엇인가?
- 신라 궁중에서의 전(煎) 문화
- 1970년대 조리법 복원 과정
- 전통 방식 vs 현대 방식 비교
- 직접 체험기: 손끝에서 피어난 전
- 어르신의 이야기: 반찬은 격이다
- 복원 음식의 문화적 가치
- 결론: 밥상 위의 격식, 잊힌 전통
- 전체 요약표
- 💬 독자 참여 멘트
✅ 본론
1. 채소전이란 무엇인가?
채소전은 도라지, 쑥갓, 고사리, 부추, 숙주 등 계절 채소를 다져 만든 전통 부침 요리로, 고기 없이도 맛을 내는 대표적인 궁중 반찬 중 하나였다.
기름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간도 소금이 아닌 된장이나 간장을 사용해 담백함을 유지했다.
신라·조선 궁중에서는 상차림 균형을 위해 ‘전’을 반드시 2~3가지 올리는데, 채소전은 그중 가장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부침이었다.
2. 신라 궁중에서의 전(煎) 문화
『삼국사기』와 조선 후기의 『주찬서』 등 고문헌을 살펴보면, 전(煎)은 단순한 전 요리가 아니라 제사 음식이자 의례 반찬으로 취급되었다.
특히 신라 시대의 궁중 요리에서는 색·맛·음양오행의 조화를 중시했으며, 채소전은 봄과 여름의 기운을 담는 요리로 자주 등장했다.
경주의 일부 향교와 서원에서는 **'다섯 가지 전을 차리는 전통'**이 남아 있고, 그 중심에는 채소전이 있었다.
3. 1970년대 조리법 복원 과정
🔸 재료 준비
- 도라지, 쑥갓, 숙주, 부추, 호박 등 채소류
- 국간장, 소금, 참기름, 쌀가루 또는 밀가루 (쌀가루 비중 ↑)
- 계란 흰자만 사용 (노른자는 쓰지 않음이 전통)
🔸 조리 방법
- 채소는 데치지 않고, 곱게 다져 수분만 제거
- 재료마다 따로 양념: 도라지엔 국간장, 쑥갓엔 된장 약간
- 반죽은 되직하게 → 손바닥 크기의 원형으로 빚기
- 숯불 위에 얇게 기름 둘러 은은하게 굽기 (불 조절 핵심)
- 마지막엔 채소전마다 붓으로 기름을 덧칠해 윤기 살림
⚠️ 주의: 전통 방식에서는 프라이팬 없이, ‘넓적한 놋쇠 전판’을 사용
4. 전통 방식 vs 현대 방식 비교표
항목 | 전통 방식 | 현대 방식 |
채소 손질 | 데치지 않고 다져 무침 | 데치고 믹서로 다지기 |
간 맞추기 | 된장, 국간장, 참기름 위주 | 소금 + 고추장 |
전판 | 숯불 + 놋쇠 전판 | 프라이팬 |
굽는 방식 | 중불 유지, 손으로 기름 덧바름 | 강불에서 볶듯이 부침 |
문화적 의미 | 예식 반찬, 궁중 상차림 | 집 반찬, 술안주로 변형 |
5. 직접 체험기: 손끝에서 피어난 전
🌄 경주시 외동면 전통식 체험장에서의 하루
평소 채소전은 프라이팬에 간단히 부쳐먹는 음식이라 여겼던 나에게, 이 날의 체험은 ‘한 장의 전’이 얼마나 정성스러운 음식인지를 처음으로 알려줬다.
🧺 준비한 재료 (3~4인분 기준)
- 부추 한 줌
- 도라지 2뿌리
- 쑥갓 한 줌
- 쌀가루 3스푼 (없을 경우 밀가루 대체 가능)
- 국간장 1스푼, 참기름 약간
- 계란 흰자 1개 (전통 방식에 따라 노른자는 사용하지 않음)
🔪 손질 TIP
- 도라지는 껍질을 벗기고 가늘게 찢어, 약간의 소금으로 절여 쓴맛을 제거
- 쑥갓은 절대 칼질 금지! → 손으로 3cm 길이로 뜯어야 향 유지
- 숙주는 삶지 않고 찬물에 헹궈 물기만 제거
🍳 조리 순서
- 채소는 각각 따로 양념 (ex. 부추: 국간장, 쑥갓: 된장, 도라지: 참기름 약간)
- 계란 흰자 + 쌀가루 + 채소를 한데 넣고 반죽 (너무 묽지 않게)
- 숯불 or 팬을 중불로 예열 → 넓게 펴서 한 숟갈씩 올린 뒤, 양면 굽기
- 앞뒤가 노릇해지면 완성!
🔥 전통 방식 체험 포인트
- 숯불은 없더라도, 팬을 예열 후 ‘약불’로 구워야 채소가 타지 않고 부드럽게 익는다.
- 채소가 많을 경우, 반죽을 따로따로 만들어야 각각의 향이 살 수 있다.
- 남은 쑥갓은 쌈용으로 활용해도 좋다.
🍽 맛평가
전통 채소전은 입에 넣자마자 채소 본연의 향이 먼저 느껴지고, 뒤따라 들기름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감싼다.
특히 쑥갓전은 입 안에 봄날 같은 향을 남기며, 도라지 전은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올라왔다.
소박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맛이었다.
✅ 독자 참고 요약
항목 | 팁 내용 |
칼 대신 손 | 쑥갓, 부추 등은 손으로 찢을 것 (향 유지) |
반죽 비율 | 채소:쌀가루:흰자 = 5:3:1 |
굽기 온도 | 중약불 유지, 너무 센 불은 금물 |
재료별 간 | 된장(쑥갓), 국간장(부추), 소금(도라지) 등 개별 양념 필요 |
대체 가능 | 쌀가루 → 밀가루 가능, 계란 흰자 없으면 생략 가능 |
6. 어르신의 이야기: 반찬은 격이다
🧓 “전은 잔치의 첫인사였지” – 김말순 할머니 (80세, 경주 안강읍)
“신행 첫날, 며느리가 부친 채소전으로 인사를 했어. 깻잎 전 하나, 도라지 전 하나씩. 전에는 마음이 들어간 거야.”
🧓 “쑥갓은 향으로 먹는 거여” – 정춘자 할머니 (76세, 내남면)
“칼로 썰면 안 돼. 손끝으로 찢어서 후다닥 부쳐야, 그게 궁중 전이지.”
🧓 “숯불에 구운 전은 온도가 달라” – 이승재 어르신 (74세, 황남동)
“불을 읽을 줄 알아야 전을 태우지 않아. 연기 색 보면, 지금 뒤집어야 할지 알 수 있었어.”
7. 복원 음식의 문화적 가치
- 궁중 밥상의 핵심 반찬 복원
- 신라~조선 시기 상차림 유산 재현
- 손맛 중심 요리법 → 교육 콘텐츠 활용 가능
- 계절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의 만남
『경북 향토음식 복원 아카이브(2017)』에서도, 경주의 궁중 반찬 중 채소전은 "궁중 잔칫상 필수품이자 여성 공동체 조리의 핵심"으로 기록되어 있다.
✅ 결론: 밥상 위의 격식, 잊힌 전통
지금 우리는 음식이 너무 쉽게 소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전통 반찬 한 장에도 계절을 알고, 손을 쓰며, 사람을 대접하던 정신이 담겨 있었다.
경주의 채소전은 그런 ‘밥상 위의 예절’이자 ‘기억의 음식’이다.
우리는 전을 다시 부치며, 그 격식을 다시 배웠다.
음식은 문화고, 그 문화는 다시 부칠 수 있다.
📋 전체 요약표
항목 | 내용 |
음식명 | 채소전 (궁중 반찬) |
지역 | 경북 경주 |
재료 | 제철 채소, 된장, 참기름, 쌀가루 |
조리 방식 | 손 다짐 + 숯불 전판 구이 |
문화 가치 | 신라~조선 궁중 반찬, 상차림 격식 재현 |
현대 활용 | 슬로푸드 교육, 지역 전통 체험 |
💬 독자 참여 멘트
혹시 여러분 고향에도 전통 방식으로 부치던 채소전이 있었나요?
신혼 때 상에 올린 전, 명절에 어머니가 부치던 도라지 전 등 여러분의 전(煎)에 얽힌 이야기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다음 복원기에서 여러분의 추억을 소개할 수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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