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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밥상 다시 태어나다

수원의 간장 발효 문화와 집간장 복원기 – 양조장의 기억을 따라

by 밥상 기록가 꿈딱지 2025. 5. 27.

 

오늘날 시판 간장은 3분이면 사지만, 수원의 한 마을에서는 아직도 ‘1년 숙성’을 기다리는 집간장이 있다. 이 글은 그 느린 발효의 문화와, 잊힌 양조장의 복원기를 담고 있다.

 

✅ 서론: 빠른 맛의 시대에 남은 ‘느린 간장’의 기억

우리는 간장을 ‘양념’ 정도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간장은 오랫동안 밥상을 책임지던 중심 식재료였다. 특히 경기도 수원 지역에서는 과거 마을마다 간장을 담그는 항아리가 있었다. 그 항아리에는 단순한 장이 아닌, 계절과 공동체, 가족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였다.
이제는 대부분 시판 양조간장이 그 자리를 대체했지만, 수원의 일부 마을에서는 여전히 집간장을 담그는 문화가 살아 있다. 이번 글은 수원의 간장 문화와 함께, 과거 양조장의 조리법과 저장방식을 복원해 본 기록이다.

 

수원의 간장 발효 문화와 집간장 복원기 – 양조장의 기억을 따라
수원의 간장 발효 문화와 집간장 복원 모습

 

📌 목차

  1. 수원과 장 문화의 역사
  2. 집간장이란 무엇인가?
  3. 전통 간장 발효 과정 복원기
  4. 전통 vs 현대 간장의 차이점
  5. 직접 체험기: 항아리 위에서 피어난 향기
  6. 현지 어르신의 이야기
  7. 발효 문화의 문화적 가치
  8. 결론: 간장 한 방울에 담긴 시간
  9. 📋 전체 요약표
  10. 💬 독자 참여 멘트

 

✅ 본론

1. 수원과 장 문화의 역사

경기도 수원은 예로부터 농경과 장류 문화가 함께 발달한 도시였다.
특히 팔달구와 장안구 일대에는 1950~70년대까지 소규모 양조장이 많았으며,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봄이면 된장, 간장, 고추장을 함께 담가 항아리에 저장해 두었다.
『경기도 향토음식자료집(2013)』에 따르면, 수원 일대에서는 메줏덩이를 직접 띄워 간장 원액(진간장)을 추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이 간장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들과도 나눠 먹는 소중한 ‘장맛’이었다.

 

2. 집간장이란 무엇인가?

집간장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간장이 아니라, 가정에서 직접 만든 ‘메주 숙성 발효 간장’을 말한다.

  • 메주 만들기 → 항아리 담기 → 발효와 건더기 제거 → 간장 추출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최소 6개월~1년 이상 반복해야 완성된다.
  • 진한 감칠맛과 묵직한 짠맛, 화학조미료 없이도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수원의 집간장은 주로 한식 양념, 된장국, 장조림, 국 간 맞추기 등에 사용됐다.

 

3. 전통 간장 발효 과정 복원기

🔸 메주 만들기

  • 11월~12월경, 삶은 콩을 절구에 찧어 네모지게 성형
  • 짚으로 묶어 천장에 매달아 1~2달 건조, 곰팡이 발효 유도

🔸 소금물 숙성

  • 봄이 오기 전 항아리에 메주 + 끓여 식힌 천일염 소금물 넣기
  • 100일~150일 이상 발효시키며, 뚜껑을 닫지 않고 황토 항아리에 노출시킴

🔸 간장 떠내기

  • 여름 초입, 메주를 꺼내고 남은 간장만 체로 걸러 추출
  • 첫물은 ‘진간장’, 이후는 재발효하여 '중간간장', '약간장'으로 활용
  • 항아리 내부의 상태와 곰팡이 색상, 냄새로 완성 여부를 판단

 

4. 전통 방식 vs 현대 방식 비교표

항목 전통 집간장 현대 시판간장
숙성 기간 6~12개월 3~5일 (화학적 숙성)
원재료 콩, 천일염, 짚, 물 정제 소금, 탈지대두단백, 색소
조미료 사용 없음 아미노산 첨가
풍미 짠맛+감칠맛 복합 짠맛 위주
저장 방식 항아리+야외 발효 공장 탱크 내 멸균 보관

 

5. 직접 체험기: 항아리 위에서 피어난 향기

🌤 간장은 햇빛과 바람을 기억한다

경기도 수원 장안구의 한 전통가옥. 아침 햇살이 마당에 들어오자, 어르신이 항아리 뚜껑을 조심스레 열었다.

“오늘같이 맑은 날만 간장 숨통을 틔워줘야지. 비 오는 날엔 절대 열면 안 돼.”
간장은 햇빛이 들어야 제대로 발효가 되지만, 습기나 빗물에 노출되면 곰팡이 냄새가 섞일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 [실제 팁]

  • 항아리 뚜껑은 맑고 바람이 적당한 날 2~3시간 열어두기
  • 장마철에는 천이나 비닐로 항아리 입구를 이중으로 덮기

🥣 첫 간장 뜨는 날, ‘진간장’ 맛보기

항아리 안쪽 벽엔 메주에서 나온 미세한 띠가 생겨 있었다. 그건 발효가 무르익었다는 증거다.
대나무 국자를 넣어 간장을 살짝 떠서 접시에 따랐다. 색은 검붉고, 빛에 비치면 진한 갈색이 감돌았다.

처음 맛본 간장은 짠맛보다는 묵직한 감칠맛이 먼저 느껴졌고, 목 넘김 뒤엔 콩의 단향이 은은하게 남았다.

👉 [사용자 참고 정보]

  • 발효 90일~120일 시점이 ‘진간장’ 추출 시기
  • 간장 색이 탁하거나 하얀 이물질이 떠 있으면 발효 실패 가능성
  • 첫 간장은 바로 사용하지 말고, 소독한 유리병에 넣고 실온에서 3~5일 안정화 후 사용

🍚 집에서 해본 ‘간장 무말랭이 조림’

추출한 집간장으로 무말랭이 조림을 만들었다.
재료는 단출하게 무말랭이 100g, 물 200ml, 집간장 2스푼, 들기름 한 방울, 다진 마늘 약간.

👉 [레시피 팁]

  • 집간장은 시판 간장보다 짜지 않고 감칠맛이 강하므로, 양을 소량부터 조절하며 사용
  • 끓이기 전 5분 정도 불린 무말랭이에 양념을 조미한 후 약불에서 15분 조림
  • 마지막에 들기름을 넣어 풍미 추가

그 조림을 밥 위에 얹자, 소박하면서도 오래된 밥상의 향기가 되살아났다.
“이 맛은 슈퍼 간장으론 못나지.” 어르신의 말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6. 현지 어르신의 이야기

🧓 김점순 할머니 (82세, 수원 장안구)

“요즘 간장은 마트에서 사면 그만이라지만, 옛날엔 손이 간장이었어요.”

김 할머니는 40년 가까이 메주를 직접 띄워 간장을 담가왔다.
“11월 되면 콩 삶아서 메주 지지고, 지푸라기로 감아서 천장에 매달아 놓았지. 그 냄새가 나야 겨울인 줄 알았어.”

그녀는 간장 항아리 위에 얹은 돌덮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봄 되면 날 풀리잖아? 그럼 간장 항아리 뚜껑 살짝 열고 간 봐. 국자 말고, 나무젓가락으로 한 방울 찍어 혀끝에 올리면 돼. 그게 익은 간장이야.”

“요즘 간장은 맛은 나는데, 기억은 없어.”
그녀의 이 말이 뇌리에 오래 남았다.

🧓 윤동배 어르신 (78세, 팔달구 양조장 근무 경험자)

“양조장은 향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아무리 비싼 간장도 그 냄새는 안 나요.”

윤 어르신은 1960년대 팔달구 양조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땐 메주 무게 재는 저울도 있었고, 소금물 비중도 계량기로 잰 게 아니라 손으로 찍어 맛봤지.”

그는 항아리를 여는 시기, 햇빛 방향까지 꼼꼼히 조절했다고 말했다.

“서쪽 바람이 불면 뚜껑 닫고, 남쪽 볕이 강한 날은 뚜껑 열어 놨어. 간장도 숨 쉬게 해야 하거든.”

그의 회상엔 과학이 아닌 감각, 기술이 아닌 정성이 살아 있었다.

🧓 박정례 할머니 (84세, 영통동 전통장 보존회 활동)

“우리 며느리는 간장을 한 번도 담가본 적이 없어. 그게 요즘이긴 하지만, 좀 아쉬워.”

박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간장을 직접 담가주고 있는 중이다.
“된장이랑 간장은 사람 손 타야 해요. 장독대 옆 지나가다 냄새 이상하면 알지. 그럼 뚜껑 열어보고 곰팡이 걷고, 소금 다시 넣고… 그게 살리는 거예요.”

그녀는 요즘 장 보관법이 너무 멸균 중심이라, 오히려 발효가 안 된다고 말했다.

“장맛은 손맛이 아니라, 계절맛이에요. 겨울 장, 여름 장 다 달라. 그걸 배우려면 살아봐야 알지.”

그녀의 손은 검붉은 색 간장을 닮은 듯, 묵직하고 따뜻했다.

 

7. 발효 문화의 문화적 가치

  • 집간장은 공장식 조미료 이전의 미각 기준이었다.
  • 냄새로 익힘을 가늠하고, 계절을 느끼는 음식이었다.
  • 『발효문화 아카이브(2021)』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수원을 포함한 몇몇 지역에만 아직 발효 장 항아리 문화가 남아 있다.

✅ 이 발효방식을 기록하고 체험 콘텐츠화하면,
향토 음식 이상으로 지역의 생태적·미각적 정체성을 복원하는 작업이 된다.

 

✅ 결론: 간장 한 방울에 담긴 시간

간장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손의 시간과 자연의 온도,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이 담긴 발효물이다.
우리는 수원의 집간장을 통해, 그 느림 속에서 잊고 있던 음식의 원형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기록하고 전해야 할 때다.
음식은 기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시 발효될 수 있다.

 

📋 전체 요약표

항목 내용
음식명 수원 집간장
지역 경기도 수원
핵심 재료 메주, 소금, 물
조리 방식 항아리 발효 숙성
문화 의미 발효문화, 공동체 장맛 공유
현대 활용 슬로푸드 콘텐츠, 교육 체험, 지역 식당화

 

💬 독자 참여 멘트

혹시 여러분의 고향에도 메주를 띄워 간장을 만들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할머니가 담가 주시던 간장, 항아리 옆 냄새, 장맛이 생각나신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 다음 복원기에서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