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도시를 떠나 바다와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스쳐간다. 필자는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2025년 봄, 강원도 고성군의 바닷가 마을에서 약 한 달 동안 디지털노마드로 살아보았다. 서울과는 전혀 다른 고요한 일상, 눈앞에 펼쳐지는 동해의 수평선, 그리고 인터넷이 가능한 작은 시골집. 과연 이런 환경에서도 원격근무가 실제로 가능할까? 그리고 시골살이의 낭만과 현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이 글은 바다를 보며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 고성군에서의 실질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정보와 현실을 전달하고자 한다.
🟦 본문
1. 고성군을 선택하게 된 이유
디지털노마드로 살아가는 동안 서울의 북적거림은 점점 집중력을 해치는 요소로 다가왔다. 한적하면서도 자연과 가까운 장소를 찾던 중, 강원도 고성군이 눈에 들어왔다. 동해안의 맑은 바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 단위 지역답게 물가가 낮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인터넷이 안정적일까? 일할 공간은 있을까? 카페는? 병원이나 마트는 가까울까? 그런 고민을 안고 고성군 토성면 인근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향했다. 서울에서 동서울터미널 기준으로 약 3시간 20분 거리. 고속버스를 타고 속초를 지나 고성으로 들어설수록 눈앞에는 청량한 바다가 펼쳐졌고, '여기서 한 달은 어떨까'라는 기대가 점점 커졌다.
2. 숙소 정보와 인터넷 환경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작은 민박집이었다. 방 한 칸, 주방, 욕실, 마당이 포함된 구조로, 1개월 장기 숙박 조건으로 월 38만 원에 계약했다. 숙소의 주인 어르신은 “인터넷 있어요”라고 말씀하셨지만,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니 KT LTE 와이파이 공유기를 사용 중이었다. 초기엔 걱정했지만 실제 속도 측정 결과 다운로드는 4060Mbps, 업로드는 1020Mbps로, 필자가 사용하는 화상회의, 클라우드 문서 편집, 웹사이트 운영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심지어 모바일 테더링도 예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에, ‘시골이라 인터넷이 느리다’는 편견은 완전히 깨졌다.
3. 일할 수 있는 공간들 – 바닷가 카페, 민박집 테이블, 공공도서관
일상적인 업무는 숙소의 식탁에서 진행했다. 햇살이 오전 내내 들어오고, 마당 너머로 동해가 보이는 풍경은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또 하루에 2~3번은 바닷가 카페로 이동했다. 대표적으로 ‘고성 커피바다’와 ‘봉포항 해변카페’는 노트북 작업이 가능한 테이블과 콘센트, 와이파이를 제공했다. 관광지 카페 특성상 음악이 다소 시끄러운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분위기가 전환되어 오후 근무 시간에 적합했다. 토성면에는 작은 마을도서관도 있었는데, 이곳은 평일에만 운영되지만 조용한 분위기에서 리서치 작업이나 문서 편집에 안성맞춤이었다.
4. 하루 루틴 – 조용한 곳에서의 생산성 실험
고성에서의 하루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구조였다. 오전 6시 기상, 동해 일출을 보며 산책, 8시 아침 식사 후 9시부터 업무 시작. 오전 집중 업무 3시간, 점심 후 바닷가 산책, 오후 2~5시 사이 카페에서 서브 업무, 저녁 식사 후 책 읽기 또는 가벼운 운동. 이렇게 정돈된 하루는 업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눈앞에 펼쳐진 바다 덕분에 작업 중간중간 리프레시가 자연스럽게 되었고, 불필요한 웹 서핑이나 멍 때리기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이전보다 하루 2시간 가까이 감소했다.
5. 고성의 장점 – 디지털노마드에게 필요한 요소 대부분 갖춤
고성군은 생각보다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요소들이 많이 갖춰져 있었다. 인터넷은 기본적인 원격업무에 무리가 없었고, 카페와 공공도서관도 활용 가능했다. 또한 시장과 마트, 병원 등 기본적인 인프라도 토성면 기준 차량 5분 내에 모두 위치해 있었다. 주말에는 속초까지 이동하여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고, 해수욕장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등 여가생활도 충분히 가능했다. 이 모든 것이 큰 도시의 소음 없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6. 불편했던 점 – 외로움, 차량 문제, 겨울철 난방
모든 것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첫째, 외로움은 예상보다 큰 요소였다. 낯선 마을에서 친분 있는 사람이 없고, 대화할 기회도 적기 때문에 초반엔 정서적 외로움을 크게 느꼈다. 둘째, 차량이 없으면 불편함이 명확했다. 마을버스는 1~2시간 간격으로 다니며, 야간에는 택시조차 잡기 어려웠다. 셋째, 봄이라고 해도 밤 기온이 낮아졌을 때는 난방 문제로 고생했다. 난방이 전기히터 중심이라 전기요금을 신경 써야 했고, 보일러가 없는 구조여서 실내가 쉽게 식었다. 이런 점들은 장기 체류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다.
7. 생활비 총정리 – 도시보다 훨씬 경제적인 구조
한 달간 필자가 실제로 사용한 비용은 다음과 같다. 숙소 월세 38만 원, 식비 25만 원(마트+외식), 카페 비용 8만 원, 교통비(왕복+현지 이동) 6만 원, 기타 지출(세제, 생필품 등) 5만 원 정도. 총합 약 82만 원으로, 서울 생활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식비와 교통비가 크게 줄어든 점이 컸고, 불필요한 소비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고성에서는 “사는 것” 자체가 소비가 아니라 ‘생활’로 느껴졌기 때문에, 절약이 아니라 ‘심플한 삶’으로의 이동이었다.
8. 심리적 변화 – 바다와 고요함이 준 선물
고성에서의 한 달은 단순한 업무 장소의 변경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다시 짜고 내면을 정리하는 기회였다. 디지털노마드로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바닷가 산책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혔고, 작업을 마친 저녁이면 별이 보이는 마당에서 하루를 돌아봤다. ‘생산성’이라는 단어가 숫자가 아닌 상태로 느껴졌고, 마음의 여유가 다시 생겼다. 자극이 적은 환경은 생각보다 더 창의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 결론 – 고성군,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추천지인가?
고성군은 생각보다 훨씬 더 디지털노마드 친화적인 지역이다. 기본적인 인터넷 환경과 일할 수 있는 공간, 일상을 구성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바다가 주는 여유와 시골 마을의 조용한 분위기가 집중력을 극대화시킨다. 차량이 없다면 조금 불편할 수 있고, 초반의 정서적 적응이 필요하지만, 일단 그 단계를 넘기면 고성군은 매우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효율의 근무와 생활을 가능하게 해 준다.
필자는 고성군에서의 한 달을 통해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속도의 균형, 생활의 단순함, 그리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힘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단지 풍경이 좋은 여행지가 아니라,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공간으로서 고성군은 디지털노마드에게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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