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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 디지털노마드 환경 리뷰

장성군 작은 마을에서 살아본 후기 – 카페는 없지만 평화는 있다

by 기록가 꿈딱지 2025. 6. 25.

🟨 서론 

도시의 빠른 템포와 반복되는 생활 패턴 속에서 지친 마음은 종종 자연을 향해 나아간다. 필자는 2025년 봄, 그간 생각만 해왔던 '시골 한 달 살아보기'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했고, 선택한 곳은 전라남도 장성군의 한 작은 마을이었다. 카페도 없고, 프랜차이즈도 없고, 그 흔한 배달앱도 되지 않는 이 마을은 필자에게 디지털노마드로서의 가능성과 불편함을 동시에 체험하게 해 주었다. 이 글은 장성군에서의 실질적인 한 달간의 생활, 인터넷과 업무 환경, 지역 주민과의 소통, 불편함과 따뜻함이 교차하는 시골살이의 현실을 담고자 한다.

 

장성군 작은 마을에서 살아본 후기 – 카페는 없지만 평화는 있다

 

🟦 본문

1. 장성군을 선택한 이유

수많은 ‘한달살기’ 후보지 중 장성군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은 많지 않지만 너무 고립되지 않은 지역, 인터넷만 된다면 업무가 가능한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블로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필자가 머문 곳은 장성읍에서도 벗어난 외곽 마을, 북이면에 위치한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주변에 논과 밭이 펼쳐져 있고, 마을 안에는 작은 슈퍼 하나, 그리고 버스 정류장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내가 여길 왜 왔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고요하고 낯설었다.

2. 숙소와 인터넷 환경 – 기대 이하에서 기대 이상으로

숙소는 개인이 운영하는 시골 민박집이었다. 원래는 귀촌을 고려하던 사람이 잠시 거주하려 했던 구조로, 방 2개와 부엌, 작은 마당이 포함된 단독주택이었다. 월세는 30만 원, 전기와 수도는 별도였다. 문제는 인터넷이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와이파이는 없었고, 주인은 “여기선 인터넷 안 써요”라는 말을 했다. 다행히 필자는 미리 준비한 LTE 공유기를 가져갔고, KT LTE 기반의 공유기를 통해 인터넷을 연결했다. 속도는 다운로드 평균 3550Mbps, 업로드 815Mbps 수준. 영상 회의나 클라우드 기반 작업은 충분히 가능했고, 화상통화도 문제없었다. 시골이지만, 업무에 필요한 수준의 인터넷 환경은 확보되었다.

3. 일할 공간 – 집, 마당, 정자, 그리고 논 옆 돌담

카페가 없는 마을이라 처음엔 막막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일할 공간’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아침엔 마당에서, 오후엔 부엌 식탁, 날씨가 좋으면 마을 정자에서 노트북을 펼쳤다. 인터넷이 닿는 범위 내라면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었다. 특히 논 옆에 있는 낮은 돌담 위는 햇살과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와 글쓰기에 이상적이었다. 일할 때마다 장소를 바꿀 수 있었기에, 지루함이 덜했고 집중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4. 하루 루틴 – 시골이 만든 새로운 생활 패턴

서울에 있을 때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 반복됐지만, 장성에 온 이후부터는 자연스레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새벽 5시 30분이면 마을 어귀 닭 울음소리와 함께 눈이 떠졌고, 6시에 산책을 다녀온 후 7시에 밥을 짓고, 9시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오후엔 텃밭을 구경하거나 근처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으로 리프레시했고, 저녁 식사는 해가 지기 전 마무리했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던 ‘생활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잡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리듬은 필자의 업무 집중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하루 평균 6시간 이상의 깊은 집중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5. 인간관계 – 시골의 정과 거리감 사이

처음엔 조용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시골 마을은 ‘조용히 혼자’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슈퍼 아주머니는 필자가 사는 집을 이미 알고 있었고, “서울서 왔죠?”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이웃 어르신은 저녁이면 밭일 끝나고 돌아오면서 “밥은 먹었냐”라고 물어왔고, 가끔 반찬도 나눠주셨다. 도시에서는 ‘사생활 침해’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이런 관계가, 어느 순간 ‘정’으로 다가왔다. 나를 환영해 주는 공동체가 있다는 느낌은 일하면서도 외롭지 않게 만들었다.

6. 불편한 점 – 배달, 교통, 병원, ATM

장성 북이면 마을은 배달이 거의 불가능하다. 배달앱은 설치돼 있지만 실제로 주문 가능한 가게는 읍내 기준 2~3곳 뿐이고, 마을에는 배달 자체가 오지 않는다. 교통 역시 제한적이다. 하루에 버스가 6번 정도 있으며, 오후 6시 이후엔 사실상 외부로 나갈 방법이 없다. 택시 호출도 불가. 편의점은 없고, 슈퍼도 일찍 닫는다. 병원은 읍내로 나가야 하며, 현금 인출기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은 한편으론 소비를 줄이고, 계획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7. 식사와 장보기 – 자급자족에 가까운 구조

필자는 일주일에 한 번 읍내 마트에 다녀오는 루틴을 정했다. 자전거를 타고 왕복 약 40분. 장을 본 후에는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그 외에는 마을 슈퍼에서 계란이나 간단한 채소만 구매했다. 또 마을 어르신이 키운 상추나 고추를 나눠주시기도 해서, 간단한 식사는 자급자족처럼 해결할 수 있었다. 삼시 세 끼를 직접 해 먹으며 식비도 줄었고, 음식물 쓰레기도 거의 없었다. 이런 생활은 도시에서 상상할 수 없던 구조였다.

8. 생활비 정리 – 한 달 총 지출

  • 숙소 임대료: 30만 원
  • 식비: 22만 원 (마트 + 슈퍼 + 자급자족)
  • 인터넷 및 전기요금: 약 6만 원
  • 교통비: 약 4만 원 (시외버스 포함)
  • 기타 생활비: 5만 원 (세제, 종이, 커피 등)
    총합 약 67만 원

서울의 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생활이 가능했고, 소비 스트레스도 없었다. 돈이 아니라 ‘시간’과 ‘집중’이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9. 심리적 변화 – 외로움과 충만함 사이

사람이 많지 않은 마을에서의 생활은 외로움과 충만함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SNS나 유튜브를 켜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책을 많이 읽었다. 글을 쓰는 시간이 많아졌고, 마음이 정리되었다. 처음엔 외로웠지만, 결국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시끄럽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큰 해방이었다.

10. 장성에서 디지털노마드가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단, 준비가 필요하다. 인터넷은 자가 확보해야 하고, 차량이 없다면 이동이 불편하며, 음식도 직접 해 먹어야 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몰입의 자유’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오히려 더 많은 창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

 

🟥 결론 – 카페는 없지만 평화는 있다

장성군의 작은 마을에는 카페도, 배달도, 편의점도 없다. 그러나 그 대신 아침 햇살에 빛나는 논, 반찬을 나눠주는 이웃, 계획된 생활 루틴, 그리고 방해받지 않는 집중력이 있었다. 디지털노마드로 일하기엔 불편한 요소도 많았지만, 서울에서 누리지 못했던 고요함과 내면의 여유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였다. 필자는 다시 한번 이런 기회를 선택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시골을 택할 것이다. 카페 대신 정자에서, 배달 대신 자급자족으로, 빠른 인터넷 대신 고요한 집중으로 살아가는 삶. 그것이 장성군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